AoS DBFiction3 Jun23 Art

아쿠시의 밤은 너무 어두워지지 않는다고, 볼가드가 관찰했다. 별이 흩뿌려진 하늘이 그레이트 파치의 정맥에서 흘러나온 흐릿한 연기로 가려졌다. 히쉬가 진 후 많은 시간이 흘렀지만, 렐름은 그 자체의 영원히 끝나지 않는 힘으로 불타고 있었다. 그리고 호전적인 전사인 마르고른 토릭손이 그 힘의 중심에서 서 있었고, 그는 팔을 양 옆으로 벌려, 최대한 잘 전달하기 위해 온 힘을 썼다.


'그 모든 트로그들이 마그마드로스만큼 컸고, 그 거대한 손은 전사를 혈과만큼 쉽게 쥐어짤 수 있었어.'


모여든 파이어슬레이어의 피어드들은 현무암 사이에 조용히 둘러앉아 있었다. 그들은 볼가드가 캠프파이어의 나뭇가지가 부러지는 소리를 들을 수 있을 정도로 조용했다. 많은 이들이 반쯤 먹은 샐라만더 꼬치를 입에서 늘어뜨린채 지켜보았다.


볼가드는 어두운 바위 중 하나에 등을 맞대고 찌푸려 눈썹 아래로 눈을 감길 정도로 눈을 찌푸렸다. 그는 오랜 시간이 지난 이후에도 너무 과장하는 경향이 있는 마르고른에 대한 경멸을 숨길 수 없었다.


'그놈들의 푸르딩딩한 피부에 혈색이 돌았고, 거대한 바위를 자갈 마냥 던져댔지', 마르고른은 재가 뭍은 손으로 강조하는 손짓을 하며 이야기를 이어나갔다. '나도 그곳에 있었지. 내 친족들이 그 더러운 괴물들에게 도끼를 휘두르는 모습을 지켜봤다. 무딘 송곳니에 그들의 살이 찢어지는 소리와 뼈가 부서지는 소리를 들었다. 베닉포스트는 스플릿브로우 호수 남쪽에 있는 꽤나 큰 초소였지만, 쏟아지는 잿더미 앞의 횃불처럼 부서져버렸지.'


'어떻게 그들이 오는걸 볼 수 없었지?' 볼가드가 불가에서 또 다른 꼬치를 가져가며 호통을 쳤다.


'그 어떠한 준비로도 우리의 초소를 지킬 수 없었다네, 괴물의 멈출 수 없는 파도가 다가 올 때는 말이야. 게다가, 이 비어들링아, 마르고른이 눈을 반짝이며 덧붙였다. 자네라고 더 잘한건 없지 않나.'


AoS DBFiction3 Jun23 FSFiller


지금까지 볼가드의 성질을 억누르던 파이어-에일이 그의 자존심에 의해 무너지고 말았다. 전사는 꼬챙이를 옆으로 던져버리고 도끼를 뽑았다.


'우리들이 겪은 역경에 대해 함부로 지껄이지 마.'


마르고른은 모닥불 옆에 놓여 있던 폴액스를 집어 들었고, 미소를 짓던 얼굴이 굳어졌다.


'그럼 계속해라 꼬맹아. 네가 나보다 잘했다고 생각하는 이유가 뭐지? 듀아딘이 볼가드를 향해 한 발짝 다가서며 말했다.'


'우리들이라면 댕크홀드조차도 한입거리였을거야,' 볼가드가 이야기에 굶주린 피르드의 눈빛이 자신을 향하는 느낌을 즐기며 말했다. '우린 더 끔찍한 싸움을 했다고.'


그는 도끼를 휘두르며 모닥불 앞으로 다가갔고, 모닥불 아래에서 찬란한 불빛이 그를 비추었다.


'지금까지 본 것 중 가장 큰 트로고스를 상상해봐. 피부가 대지처럼 단단하고, 갈라져 있으며, 그 눈에는 광기와 무자비한 파괴에 대한 굶주림을 더해보라고, 그리고 그 위에...'


볼가드는 숨을 들이마시고 불길 쪽으로 몸을 숙였다. 그는 팔을 크게 휘둘러 머리 위로 쓸어 올렸다.


'그 등 위에는 마법으로 가득찬 차원문이 서 있었고-'


'그딴 생물은 존재하지 않아! 마르고른이 으르렁거리며 그의 폴액스로 바닥을 내리쳤고 볼가드가 움찔했다. '너는 나와 같은 적에 맞섰어, 볼가드. 네가 이길 수 없는 적을 만들어내서 패배의 수치에서 벗어나려 하지 마라.'


'그건 진짜라고, 그리고 네가 하나를 잃을 때 내 친족을 셋이나 짓밟았어.'


'그건 네 형제들이 파이어-에일을 마시지 않았어야 했다는 소리로 들리는걸.' 볼가드는 마르고른의 불타는 폭포같은 수염 아래의 웃음을 포착했다.


잠시 동안, 그는 마르고른의 붉고 작은 얼굴을 응시했다. 귓가에 울려 퍼지는 심장 박동마다 쓰러진 자들의 이름이 속삭였다. 드롤프. 야록. 군바르.


그리고 그는 돌진했다.


AoS DBFiction3 Jun23 FSFiller2

그들의 파이어스틸 무장 세 방향에서 충돌하며 화려한 불꽃이 그들 사이에서 폭발했다. 모여 있었던 군중 중 한 명이 그림자가 드리워진 바위 옆에서 순식간에 뛰어 움직였다. 방해자는 모닥불을 가로질러 불꽃이 튀는 망치를 휘둘렀다. 불꽃은 너무나도 따득하고 원초적인 빛의 파동으로 대체되었고, 볼가드는 즉시 넋을 잃었다.


음울한 전사가 그들의 칼날 사이에 서자 캠프 전체가 침묵에 빠졌다. 불타는 연기의 향기가 캠프에 스며들면서 그의 주위에 아우라를 형성했다.


'그만,' 자신을 피요리라고 소개했었던 상처투성이의 생존자가 말했다. 그 한 마디는 볼가드의 분노를 발뒤꿈치 아래의 불씨처럼 짓누르는 무게를 지녔다. '우리가 잃은 각 듀아딘의 생명 하나하나가 동등한 비극이다.'


볼가드는 마르고른을 한 번 더 째려봤지만, 어떠한 반응도 뒤따르지 않았다. 침울한 그림바라즈키가 들고 있는 한 쌍의 망치가 쓰러진 홀드의 원초의 불씨로 깜빡이는 것을 보고 있자니 둘의 논쟁은 시들해졌다. 수천 명의 목숨을 앗아간 기억이 한 쌍의 어깨에 메워진채로 불타기를 기다리고 있었고, 쓸모없게도 피요리마저도 죽었다고 생각하니 몸서리쳤다.


'구잔홀드의 듀아딘....' 볼가드가 다시 한 번 도끼를 내려놓으며 용기를 냈다. '그들에 대해 말해줘, 피요리.'


유랑자는 불의 잔해에서 내려와 어두운 바위에 주저앉았다. 그가 근처의 땅을 두드리자, 반목하던 생존자들이 다시 한 번 흙더미에 앉았다. 볼가드는 샐러맨더 꼬치 하나를 꺼내 늙은 전사에게 건넸다. 안도의 한숨소리가 피르드가 모여 있던 들판에 울려 퍼졌다.


AoS DBFiction3 Jun23 FSFiller3


피요리는 꼬치를 꺠물고 아쿠시의 바위 요람에 다시 몸을 기대었다. 마지막 남은 연기가 밤바람을 타고 부드럽게 날아갔다. 유랑자 주변에는 참을성 없는 듀아딘 무리가 그의 말을 기다리고 있었다. 그는 씹고 삼키며 기억을 되새겼다.


'구잔홀드는 그리 큰 곳은 아니었지만, 한때는 밝은 미래가 펼쳐져 있었지,' 그가 말했다. '늙은 요르굴-그림니르가 아버지의 그늘에서 처음 벗어났을 때, 그는 새로운 홀드에 대한 큰 비전을 품고 있었다. 그들은 아다만틴 산맥의 두 산 사이에 회랑을 지었고, 그곳에서 뻗어나오는 통행로는 다리가 놓여진 마그마의 강처럼 뻗어 있었다. 정말 걸작이었지.'


'물론 그래서 일이 난거지. 다리와 터널 위에서 해충들이 우리를 둘러싸고 있었다. 마지막 순간에 나의 형제 율가르는 그들이 사악한 작은 칼날로 팔과 다리의 피부를 벗겨내는 동안에도 그들을 공격했다.'


피요리는 뒤로 물러나 어두운 별을 바라보았다. 볼가드는 숨을 참았다. 트로고스의 산성 토사물로 불타고 있는 시체들, 아무 생각 없이 짓밟힌 트로고스의 거대한 손에 달라붙은 시체들, 뜨거운 바위 위에서 끓어오르는 피의 냄새 등 자신의 전초기지에서 벌어진 일들이 여전히 그를 괴롭히고 있었다.


'그들은 우리를 빨리 죽이지 않았다,' 피요리가 계속 말했다. '그 저주받을 쥐새끼들은 마지막까지 불명예스러웠지. 나는 스케이븐의 파도에서 룬선을 지키다 죽어간 늙은 요르굴-그림니르의 뜨거운 눈물을 절대 잊지 못할거다.'


조용히, 볼가드는 배낭에서 새 나무 뭉치를 꺼내 꺼져가는 모닥불 위에 쌓았다. 피요리가 망치를 그 위에 올려놓자 은은한 불꽃과 함께 새로운 불빛이 깜빡였다.


'그림니르의 수염을 걸고 맹세하건대,' 유랑자가 선언했다. '우리가 겪은 고통을 백 배로 갚겠다. 우리 종족에게 손가락 하나라도 까딱한 해충, 그롯, 트로고스는 모두 우리 손에 죽을것이다.'


모닥불이 다시 활활 타오르자 아쿠시의 증기가 무수히 많은 파이어스틸 칼날에 휘감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