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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군가 고함을 지르고 있었다.


트러그가 자리 잡은 습한 어둠의 요람이 번쩍이는 빛과 소리로 요동치며 발톱이 살을 파고드는 것처럼 그의 두개골을 찢고 긁어덌다. 트러그는 몸을 살짝 움직여 이마를 스쳐 지나가던 지네를 밀어냈다. 한쪽 눈이 살짝 떠졌고, 희미하게 보이는 동굴은 그가 기억하는 그대로, 끈적끈적한 이끼 식물과 소름끼치는 곰팡이와 포자로 가득찬 원형 구덩이 처럼 보였다. 그가 기억하지 못하는 것은 눈 전체에 번쩍이는 무늬가 찍힌 깨지는 듯한 두통이었고, 어쩌면 귀를 바늘로 찌르는 것 같은 징징거리는 소리 또한 기억나지 않았던 것 같았다.


'...빨리 그 커다란 몸뚱이를...'


트러그는 자신을 잠에서 깨우는 목소리에 맞서 싸웠다. 얼마나 시간이 흘렀는지 확신할 수 없었으나, 거의 잠을 자지 못한 것 같았다. 깨어나는 것은 언제나처럼 끔찍한 경험이었고, 이번에는 평소보다도 더 끔찍했다. 두개골이 욱신거렸고, 누군가 머릿속에 지도를 긁어놓은 것처럼 지그재그 선으로 연결된 수십 개의 불빛이 번쩍였다. 거대한 트로고스는 구토하고 싶은 충동을 느꼈다.


'어서, 일어나!'


또 그 징징대는 목소리가 들렸다. 트러그가 들어본 것 중 가장 짜증나는 소리였다. 잠에 취해 있던 그의 정신은 당장 일어나서 원인을 찾아 땅바닥에 내리치라고 비명을 지르고 있었다.


'엄, 보스?' 처음의 것과 비슷하지만 조금 덜 격양된 목소리가 들려왔다. '저개 깨어나면 우릴 뭉게버리지 않을까요?'


'입 다무러, 스노즈냅,' 소리지르는 놈이 말했다. '휴미들에게 몬가 몬가를 보여주려면 가능한 한 많은 트롤'청이들이 필요하다니까. 이렇게 큰 놈을 찾는 데 한참 걸렸다고. 이 놈 크기 좀 봐, 응? 아주 고약하게 생긴 놈이지. 내가 맨날 말하자나, 더 험악할수록 더 조타고.'


트러그는 소리의 근원지를 멍하니 내려다보았다. 그가 몸을 움직이자 구부정한 몸에서 흙 덩어리가 부서져 소리의 근원 쪽으로 쏟아져 내렸고, 목소리의 근원은 고함을 지르며 불평했다. 그롯, 트러그는 그롯을 기억하고 있었지만 그리 좋게 기억하지는 않았다. 작은 초록색 괴물 중 하나는 머리에 엄청나게 큰 해골을 달고 있었다. 또 다른 하나는 종기처럼 부어오르고 화가 난 스퀴그 위에 앉아 있었다. 더 많은 놈들이 나뭇잎 뒤에서 고개를 내밀고 있었다. 그들이 하는 말은 혼란스러웠으나 해골-모자를 쓴 놈이 말할 때는 특히 그랬고, 해골-모자를 쓴 놈의 꽥꽥 거리는 소리에 트러그의 온 몸, 특히 관자놀이와 척추 밑이 아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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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그건 사실이 아니었다. 성가시긴 했지만 트러그를 불편하게 만든 것은 목소리 때문이 아니었다. 정말 큰 무언가가 트러그의 목 뒤쪽을 짓누르고 있었다. 그는 어깨를 구부리려고 했지만, 그것이 무엇이든 간에 꿈쩍도 하지 않았다. 그는 누가 자신에게 바위를 떨어뜨린 기억이 전혀 없었다. 언제 이런 일이 있었을까? 더 중요한 것은, 이마에서 튀어나온 길고 뾰쪽한 것과 그거에 매달려있는 악취 나는 잡초는 뭘까?


'서둘러, 이 게으른 돌머리야! 당장 일어나!'


해골-모자는 계속 소리를 질렀고, 한 마디 한 마디가 지난번보다 더 짜증나게 들렸다. 트러그는 턱을 괴고 석순만한 이빨을 갈아대며, 으르렁 거렸다.


'저게 뭐야?' 그롯이 두 손을 펄럭이는 귀 뒤에 대고 소리쳤다. 더 많은 흙 덩어리와 버섯이 천장에서 흔들렸다. 트러그는 심호흡을 깊게 했다. 그의 가슴은 고통과 짜증에 휩싸인 딱딱한 몸을 통해 생명과 공기, 피가 순환하기 시작하며 다시 불타오르기 시작했다.


'닥-쳐!' 그는 자신을 괴롭히는 놈들을 향해 표효하며 몸을 일으켰다. 바위처럼 딱딱한 가죽을 덮고 있던 두터운 껍질은 그가 완전히 깨어나 몸을 흔들자 산산조각이 났다. 거대한 뿔이 지붕을 뚫고 쭉 뻗어 나가며, 풀떼기들이 쏟아져 내렸다. 트러그는 흙을 더듬어 무기의 손잡이가 느겨질 때까지 긁어댔고, 바로 그 자리에 철갑달팽이의 화석화된 갑각이 매달린 거대한 곤봉이 있었다. 그는 몽둥이를 손바닥에 내려친 뒤, 침입자들을 향해 돌진했다.


트러그 앞에 있었던 그롯들은 입을 떡 하니 벌리고 멈춰 서 있었는데, 커다란 돌덩이가 그들 사이에 떨어지면서 그롯-기수의 스퀴그가 통제 불능 상태로 튕겨 나가기 시작했다. 트러그는 손을 뻗어 동그란 짐승을 움켜쥐고, 엄지와 집게 손가락으로 꽉 쥐었다. 스퀴그가 방울이 터지는 '펑'하는 소리와 함께 터지면서, 기수 그롯이 천장에 처박혔다. 나머지 그롯들은 서로를 힐끗 쳐다본 뒤 입구를 향해 도망쳤고, '여기서 나가!'라는 비명이 앞 통로에 울려 퍼졌다.


트러그는 돌처럼 무거운 어깨를 긁어보려고 몸을 비틀어보았다. 느껴지는 바에 따르면, 등쪽의 바위같은 피부 위에 뭔가 거대한게 가득 차 있었다. 그 위에는 돌이 쌓여 있었고, 거기서부터 통증이 밀려내려왔다. 그는 동굴 벽에 등을 대고 위아래를 문질러 동굴 전체가 흔들리게 만들었지만, 돌 덩어리는 여전히 떨어지지 않았다. 그는 주먹으로 병을 쿵쾅거렸지만, 머리가 더 아팠을 뿐이었다. 뭔가 먹으면 기분이 나아질까? 그는 그롯들이 서 있던 공간에서 입술 사이로 침을 흘리며 허기진 콧소리를 내다가, 그들이 도망친 방향을 향해 걸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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큰 소리꾼, 브래깃은 목숨을 걸고 달리면서 거대한 트로고스를 깨우기 위해 귀에 대고 소리치는건 좋은 생각이 아니었다고 생각했다. 그는 부하들에게 부하들에게 끊임없이 말했듯이 실수는 전혀 하지 않았지만, 지금이야 말로 부인할 수 없는 천재성의 행진이 끝나는 그 순간이었을지도 몰랐다. 성난 괴수가 그들을 향해 돌진하는 순간 동굴 지붕이 무너지는 굉음이 들렸고, 브래깃은 작은 다리로 맹렬하게 뛰었다. 그의 박쥐 스퀴그들은 쉭쉭거리며 쏟아지는 파편을 피해 그의 앞으로 날아갔다.


브래깃은 이끼가 잔뜩 낀 언덕을 기어오르다가 도망치는 또 다른 그롯에게 부딪혀 바닥에 쓰러졌다. 래블-라우자는 경사면 반대편으로 굴러 떨어졌다. 정신을 차렸을 때, 그는 창과 활을 움켜쥔 긴장한 표정의 그롯들로 가득 찬 거대한 동굴 안에 있는 자신을 발견했다. 어둠 속에서 성난 트로고스에게 짓밟히기 않은 브래깃의부하들이 우두머리를 따라잡으며 중얼거리고 횡설수설하는 소리가 들렸다.


'잘 드러라, 이 자식들아,' 브래깃은 일어서며 지도자의 자리를 지키려고 애쓰며 말했다. '저기...음, 저기...우리가 발견한-'


천지가 무너지는 괴성이 울려퍼졌고, 브래깃은 자신의 몸집만 한 손가락 세 개가 동굴 입구를 뒤지고 있는 것을 보았다.


'쩌는구만!' 브래깃이 비명을 질렀다. 그롯들은 급한 마음에 서로를 넘어뜨리고 짓밟으며 반대편으로 달려갔고, 일부는 동료의 다리를 칼로 찔러 속도를 늦춰 자기 대신 짓밟히도록 만들었다.그들은 지표면으로 달려갔고, 그 뒤에서 거대한 몸집의 괴수 형상이 다가오고 있었다. 브래깃은 거대한 해골을 움켜쥔 채 양치류 수풀 뒤에 몸을 숨기며 동굴 안으로 들어갔다.


트로그의 견갑골 사이에는 거대한 유물이 솟아올라있었는데, 빛나는 문자들로 뒤덮힌 이끼 낀 초승달 모양의 제단이었다. 쿵쾅거리며 녹색의 마법의 불꽃을 뿜어내고 있었고, 트로그-군주가 혼란에 빠진 그린스킨 덩어리를 헤쳐나가는 사이, 그롯과 스퀴그가 뿔에 찔려 왕국에서 가장 빠르게 조립된 전리품 걸이가 만들어졌다. 그것은 전진하며 시체를 뜯어 입 안에 집어넣고, 트림을 내뱉으며 삼켰다.


브래깃은 은신처에서 경외감과 재미, 두려움이 뒤섞인 표정으로 트로그-군주가 자신의 부하들을 한 명 한 명 체계적으로 짓밟고 달팽이껍질 몽둥이로 벽에 내리치는 모습을 지켜보았다. 몇몇 그롯들은 화살을 날리거나, 창으로 트로고스 군주의 다리를 찌르기도 하였지만, 차라리 축축한 버섯으로 공격하는게 나았을지도 몰랐다. 뭔가 명중해도 야수의 등에 있는 신전 비슷한 거에서 녹색 빛이 뿜어져 나오며 상처가 거의 즉시 아물었다.


브래깃은 수많은 트로고스들이 싸우는 것을 봤지만, 이렇게 치명적인 건 처음 봤었다. 뿔 달린 머리에 기묘한, 마법을 내뱉는 돌을 등에 짊어진 이 특별한 짐승은 정말 당당한 모습을 하고 있었다.


'트로고스 왕이다!' 브래깃은 혼잣말을 중얼거리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럴듯한 이름이었다. 그 이름만 들으면 부하들이 모두 흥분해서 싸울 준비가 되어 있을 것이었다.


그래, 브래깃은 괴수가 불운한 그롯을 세게 내리쳐서 시체가 뭉개진 나방처럼 동굴 벽에 흩어지는 와중에 생각했다. 이건 그롯과 트로고스 모두 멀리서 구경하러 올만한 존재였다. 그놈들이 시체 주위에 파리처럼 몰려들고, 저게 날뛰기 시작하면 그 결과는 엄청날 것이었다. 브래깃이 해야 할 일은 자신이 가는 길에 저 짐승이 따라오도록 하는 것이었다. 하지만 그를 이 곰팡이 핀 동굴로 이끈 소용돌이 문까지는 먼 길이었고, 트로고스 왕의 분노를 자신의 목적에 맞게 바꾸려면 더 멀리 가야 했다. 벽에 묻은 얼룩이 되지 않고 이런 괴물을 저 멀리까지 유인하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었다. 그는 끝까지 괴물을 자극하고 유인해야만 했다. 문제는 브래깃이 그렇게 성가실 수 있는가에 달려 있었다.


큰 소리꾼, 브래깃은 코웃음을 쳤다. 얼마나 멍청한 질문인가. 그는 몸을 최대한 끌어올려 목소리를 토해냈다. 박쥐 스퀴그들이 해골로 덮인 머리 주위를 날아다니며 꽥꽥거렸고, 트로고스 왕의 흉포한 눈이 그를 노려보는 순간, 브래깃은 뭉둥이와 낫을 함께 휘두르며 뛰어올랐고, 발뒤꿈치를 차기 시작했다.

'어이! 어이! 어이! 트로고스 왕이 너를 잡으러 온다!'


트로고스 왕은 움찔하며 관자놀이를 문지르더니 놀랍도록 슬픈 소리를 냈다.


'어서, 보스! 브래깃이 어디로 가야하는지 보여줄게! 너와 내가 큰일을 해낼 거라고!'


낑낑거리는 소리는 두개골을 뒤흔드는 굉음으로 변했고, 또 다시 거대한 바위가 떨어졌다. 브래깃은 떨어지는 종유석을 깔끔하게 피한 뒤 무기를 두드리며 계속 소리를 질렀다. 트로고스 왕이 그의 거대한 이끼 낀 머리를 내리고 돌진해오자, 브래깃은 머릿 속으로 파괴와 대혼란을 꿈꾸면서 활짝 웃었고, 재빨리 도망쳤다.